날씨가 흐려 해가 보이지 않았다.
농담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였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싸늘한 바람이 선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앞엔 야속하게도 해소가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선사를 불렀고
그는 분명 그녀를 살릴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 …… 선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말입니다.. 언제, 선사님께서 제게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일침 한 적이 있으시지요.. 그리고 전 이제 깨달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고... 선사님을 이리 뵙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말이죠. ”
마지막이라니, 이리도 가혹할 수가.
애써 참아온 눈물이 흘렀다. 보이기 싫었지만
날카로운 바람으로 인해 선사의 얼굴이 보였다.
해소가 선사의 손을 잡자 살짝 멈칫하였지만,
그 또한 조용히 해소의 손을 꽉 쥐었다.
침묵이 돌았다.
그녀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 장군님….. 전…. ”
장군님이라니, 네가 어찌 그 호칭을 알고 있는 것일까.
나를 기억해 주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날 기억해 주는구나.
기뻤다. 같이 사랑은 하지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이제껏
사랑해 왔기에,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려 하는 순간.
“ 소월아… ”
그는 제대로 그녀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그녀를 보냈다.
그녀의 온기, 향기 그리고 어떠한 형태이든 사랑까지.
선사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소월이란 이름을 외치며 땅바닥을 손으로 꽉
쥐자 손끝은 피로 물들었다.
그의 죄였다, 감히 그녀를 사랑한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