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59

단테

“ 스미스씨, 그거 들었어요? ” “ 뭐를 말입니까? ” “ 마을에 새로운 온 바텐더요! 마을 여자들을 다 홀렸던데요-? 심지어 남자들도! “ 나는 처음 듣는 소식에 감사 인사를 건네곤 다시 일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을 이어갈수록 의문이 들었다. ‘ 얼마나 잘생겼길래? ’ 같은 남자로써 당연하게 드는 의문이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남성이기에 같은 남성 또한 홀리는걸까? 그러한 의문을 품고 평소보다 일을 일찍 마친 채 술집으로 향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음 보는 얼굴이 보였다. 검붉은 머리에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보다는 키가 조금 작아보였고 눈웃음이 매력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어딘가… 마치 여성같은 섬세한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

글 연성 2024.10.21

화람성민 - 선택(2)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저 태평하게 살던 나에게 운명의 짝이라니. 처음엔 놀랐지만 나를 위한 사람이다, 나만의 것이다. 소유욕이 들끓었다. 그가 아무리 나를 밀어내도 끈질기게 붙어 그에게 강제로 각인까지 해버렸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듯한 그의 표정에 조금 후회했지만, 이젠 영원히 내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너는 이제 나를 떠날 수 없어. 그와 각인하자마자 그에게 뭘 해줘야할지부터 생각해보았다. 만남은 많이 가져보았지만 제대로된 만남은 처음이기에 나는 고민이 되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그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다정하게 웃어주며 그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는 아무 반응도 딱히 보이지 않았지만 뭐 어때. 내가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날 어떻게 싫어하겠어? 나는 천천히 그의 세상..

글 연성 2024.09.19

칼리엘레 - 온기 (2)

춥디 추운 겨울날, 처음 엘레니를 보았다. 아름다운 엘레니. 평민과 사랑에 빠지다니… 바보 같은 나.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다시 몇 년이 지나고 겨울이 됐지. 아버지께 크게 혼났어. 그만 들켜버렸거든, 내가 엘레니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걸, 뺨도 맞았어. 너무나도 아팠지만 엘레니를 위해 참았어. 난 이 저택을 떠날 생각이야, 엘레니와 함께. 너와 함께라면 모든 할 수 있어. 정말이야. 그래야만 했는데…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귀족에겐 도망은 역부족이었어. 결국, 나는… 이번에도. “ … 하… 주인님… 괜찮으세요…? ” 너의 도움을 받아버리는구나. 너는 웃어달라고 말했지. 하지만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겠니. 사랑하는 엘레니, 나의 엘레니. 제발 나를 떠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너를 꼭 ..

글 연성 2024.08.12

엘리/로셀 싸움

“ 네가 죽였다고? ” “ 그래, 내가 죽였어. ” 말도 안 된다고 애써 거짓말이라고 부정해 보았다. 하지만 저 표정 좀 봐. 저건 진실을 말하는 눈빛이다. “ 너는 내 친우를 죽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났던 것 같다. 아무리 그녀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 하지만 나에게 자유를 준 이를, 나를 도와줬던 이를 이렇게 죽여버린다고? 난 다른 악마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근데 고작 그 녀석들 때문에 죽임을 당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정말, 정말 난생처음으로 그녀에게 저주 같은 말을 내뱉었다. 언성은 높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기력함이 더욱 느껴졌기 때문이다. “ 넌 최악이야, 크로셀. ” 그녀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넌 그런 표정을 지을 자격이 없어. 자업자득이야..

글 연성 2024.08.12

BLANK

다른 영혼들이 전생을 기억하고, 전생의 연인을 만날 기회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나만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났을 때 든 생각은 여기가 어디이고 내가 누구인지였다. 기억이 나는 것은 이름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기다림은 전생의 기억도 전생의 연인도 뭣도 아니다. 그저… 귀흥단의 꽃이 피었으면… 기억이 되살아날 때는 머리가 살짝씩 지끈거린다고들 한다. 나는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들어서 그런지, 악귀를 처리하는 게 재밌어졌다. 내 유일한 유흥거리라고 해야 할까, 염라대왕님이 들으면 기겁하실 말이지. 이제 와서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길 바라진 않는다. 그저 무언가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되면 좋을 ..

글 연성 2024.07.24

My Beloved

첫 번째 생은 장군. 과혼으로써의 삶이었지. 주변에서 말하더군. 소월이라는 아이가, 나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천한 것이 장군님을 넘본다며 내 옆에서 수군대는 꼴에 분노가 치밀어 그 자식의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순식간이었지. 나 과혼은. 이 시대 최고의 장군이, 그들이 말하는 천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었으니까. …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참을 정신줄을 놓고 생활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 내 소중한, 내 기쁨. 나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었다. . . . 두 번째 생은 신선, 선사의 삶이었지. 분명 우리 소월이는 많이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부분도 많았어. 아직도 장난스럽고 개구장이같구나, 소월아. 아니, 해소야. 지금도 그때도 너는 여전히 아름다워. 소월아. 너..

글 연성 2024.07.24

에녹데몬

여느때와 같이 에녹 선생님, 아니 에녹과 함께 술을 마시던 날이었다. 술이 들어갈수록 나는 점점 취해갔고 에녹도 그걸 눈치챘는지 나를 말렸지만 그의 새끼손가락을 물었다. “ …너 미워… ” 그는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재갈을 채웠다. 나는 빼내려 애썼지만 마법을 걸어둔 탓에 쉽게 빼지 못하였다. 나는 이내 포기하고 그에게 취중진담을 하는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의외로 그는 흔쾌히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여 그를 떠보기 시작했다. 근데.. 이걸 말이 잘못 나왔다고 해야할까. “ 나랑 자요. ” 이 말이 튀어나온 순간부터 그와 나는 동시에 머리 위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내가 내뱉은게 맞나 싶은 생각에 뇌정지가 왔고 그건 반대편 그이도 마찬가지였다. 망했다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을때 그가 갑..

글 연성 2024.07.11

First Kiss

평소와는 다르게 패싸움을 하고 크게 다쳐온 날이었다. 이곳저곳 난 상처에 피하기 급급한 모두들 사이에 토오루. 한 학년 위인 토오루 선배만이 나를 걱정해 주었다. ‘ 아, 나랑 있으면 선배도 위험해지는데.. ‘ 당연한 일이었다. 난 이 동네 대부분의 양아치들의 타겟이고 그런 나와 친하게 지내는 토오루 선배가 위험해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 오늘은 왜 이렇게 다쳤어? 빨리 양호실 가자. ” 그런데.. 나를 위한 한마디, 한마디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나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 외모도 공부도 뛰어나고 성격도 좋은 주제에 왜 하필 나랑 어울려서, 이것대로 너무 곤란했다. 양호실에 가지 않겠다며 고개를 젓는 날 보며 손을 잡아끌어주는 그런 선배였다. 토오루 선배는 다정하고 상냥하다. 첫 만남 때부터 그랬다..

글 연성 2024.06.29

죄책감

“ 이한 에스퍼님 좋은 아침! ” “ 꺼져!! ” 내 턱에 주먹이 꽃힘과 동시에 퍽소리가 로비에 울려퍼졌다. 어쩐지 아침부터 머리가 상쾌하더니. 내가 맞을 짓을 했었던가? “ 아침부터 활기가 넘치시네요? ” 턱이 얼얼했지만 그래도 밝게 받아쳤다. 싸움을 일으켜봤자 좋을것도 없고 우린 이제 파트너니까 말이다. 저쪽은 계속 부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래선 일하기 힘든데.. 특히나 날 재수없다는듯이 쳐다보는 저 눈빛이 정말 난감하다. 환심을 사보려고 해도 어찌나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지.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쳐맞는것도 한두번이지, 솔직히 조금 힘들다. 그럴때마다 들려오는 솔깃한 제안들이 있었다. “ 이한 에스퍼님은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차라리 저랑 파트너를 맺으시는게 나을것 같은데요..! ” 이따금씩 예..

글 연성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