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고스, 전쟁의 악마.
그는 천사 때부터 사랑과는 담을 쌓고 산 악마다.
천사 때는 일에 몰두하였기에,
악마 때는 미친놈으로 찍혀 싸움이 일상이었기에.
그런 그의 사랑은 한 청발의 악마와의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아, 이렇게 말했다고 착각하지 마시길,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악마는 바로 그 싸움의 중재자,
그래. 그는 마르바스를 보았다.
흑발에 흰색 로브와 안대.
그녀는 침착하게 엘리고스에게 맞섰지만
엘리고스 그는 전쟁의 악마 아니더냐.
그는 미세한 차이로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 무서워하는 건가? ’
그는 악마가 되었지만 기사도 정신만은 똑바로
머리에 박혀있었기에 무섭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기사도 정신 때문이라기엔 과했다.
엘리고스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겠지.
침착하게 대응하지만 사실 속으론 두려워하는 것도,
본인의 말에 당황하는 것도, 조금 편안해지니
작게 보인 미소까지, 그는 그녀에게 반했다고 볼 수 있다.
“ 귀여운 레이디를 가만히 두긴 싫은데. 멋대로 훈수 두고 당황하다 웃는 게. 마음에 들었어, 당신. “
그는 거만하게 웃으며 스스로 자신했다.
당신을 꼭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랑을 처음 해본 그는 섬세함이라곤 모르기에
한 번에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였겠지만…
마르바스, 그녀 또한 엘리고스를 원하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