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르바스의 마음은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웠다.
기사도만 알면 뭐 하는가, 사랑을 모르는데.
그런 그가 사랑을 결심했다는 건 굉장히 큰 일이었다.
아마 그의 친우 크로셀도 많이 놀라였겠지.
엘리고스, 그는 자주 그의 친우에게 조언을 구했다.
여성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주로 뭘 선호하는가 등.
모든 게 처음이었던 그는 서툴렀고 바보같이 보였다.
엘리고스는 저택, 그의 방에 앉아 술잔을 채웠다.
마르바스의 생각에 잠겨 계속 술을 들이켜다 보니
알딸딸해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심장이 뛰었다.
평소 마르바스의 앞에 서있으면 그랬듯 말이다.
마르바스는 그에게 있어 달콤하고도 씁쓸한 여인이었다.
마치 술잔에 들어있는 카타르시스처럼 말이다.
평소에도 그녀의 생각을 많이 하였던 엘리고스지만
술이 들어가니 이젠 그녀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얇은 재킷만을 걸친 채
마르바스의 집으로 향했다.
술기운이 핑돌아 잠시 비틀거렸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달렸다.
그저…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때, 운명적이게도 눈앞에 마르바스가 보였다.
마르바스를 부르자 그녀와 그는 눈이 마주쳤다.
엘리고스는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꼴사납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사랑에 빠진 자들은 다 바보인걸.
그녀가 엘리고스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곤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빤히 쳐다보기만을 하였다.
바람이 불며 마르바스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엘리고스는 가만히 침묵하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의 살짝 입맞춤하곤 그녀를 쳐다보았다.
“ 엘리고스씨…? ”
“ (…) 한 번만 용서해 줘. ”
그는 의아해하는 그녀의 뒷목을 끌어안고
그녀에게 입맞춤하였다. 둘은 뜨거운 숨을 내쉬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 바, 방금 건 제 첫… ”
“ 좋아해, 마르바스. 예전부터. ”
그는 이제야 진심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