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Silence

TYGM 2024. 6. 8. 00:09

체육시간에는 언제나 시끄럽다. 친구들이 웃는 소리와
경기에 져서 화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너만은 조용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을 너는 입을 다물었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너만은 언제나 조용했다.
책에 몰두해있는것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너는 항상
반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너에게 다가갔다.

너는 공부 잘해?
왜 맨날 책만 읽어?
취미가 독서야?
맨날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

너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 귀가 안 들리면 답답해? ”

처음으로 너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순간 아차 싶어
사과를 하려던 때에, 너는 밝게 웃었다. 그는 크게 하나하나
손짓하였다. 분명 수화였지만 내가 알아볼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너는 멈칫하며 머뭇거렸다. 너는 주섬거리며 작은
노트를 하나 꺼내어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 조금 불편해. 그래도 태어날때부터 이래서 괜찮아. ]

너는 하나하나 예쁜 글씨로 쓴 문장을 내게 보였다.
내가 무례한 질문을 한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가
밝게 웃으며 건넨 노트에 기분이 나아졌다. 너는 입모양으로
나의 말을 어느정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 또한
너처럼 노트에 글을 써내려갔다.

[ 그렇구나, 첫번째 궁금증이 풀렸어! ]

첫번째라는 단어에 너는 나를 보며 눈을 꿈뻑였고 나는
그런 너를 향해 미소 지었다. 나는 궁금했던것을 하나하나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는 너무 많은 질문에 약간 당황한듯
하였지만 별로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서 크게 웃었다.
나에게 조금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 귀는 들리지 않았지만
평범한 남고생인 아이. 나는 노트에 작게 문장 하나를
써내려갔다.

[ 우리 이제 친구지? ]

너는 놀란듯 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나 또한 웃어보였다.

'글 연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nd  (1) 2024.06.08
Afternoon  (1) 2024.06.08
답^^  (1) 2024.06.03
Deleted  (1) 2024.05.27
LEAN  (0)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