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8 3

Hand

네가 나의 손을 그토록 쳐다봤던 그날. 분명 넌 노트를 꺼내달라는 의미로 쳐다보았을 그날. 그 날은 나 또한 내 손을 바라보는 날이었다. . . . 아침에 너는 이미 등교하고 책상에 앉아있었다. 너는 책을 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방식으로, 네가 놀랄 방식으로. 나는 손을 저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인 수화를 너에게 보였다. 너는 나의 예상대로 놀라 덜컹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수화가 처음인 나로써 정확히 하려면 조금 느릴수밖에 없기에 네가 보기엔 조금 엉성하고 불편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너는 너무 기쁘다는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수화를 배워올것이라는 걸 예상도 못했다는듯 나를 향해 웃으며 네가 대답했다. 너는 짧고 기본적인 수화..

글 연성 2024.06.08

Afternoon

이동수업 시간이었다. 저번 교시에 잠들어버린 너는 엎드려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깨워야하는것을 알지만 난 그런 너를 빤히 쳐다볼뿐 깨우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이렇게 오래 쳐다보는것은 처음이니까. 너는 남자답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쌍에 날카로운 눈매와 살짝 삐죽거리는 흑발을 가지고 어깨도 넓고 키도 상당히 큰 너였기에 모두가 납득할만했다. “ 푸흐, 침 흘리고 자면 어떡해 ” 알고보면 여린 너인데. 순간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살랑였다. 내가 손을 뻗어 너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자 너가 타이밍 좋게 깨어났다. 급하게 손을 뒤로 숨겼다. 벙쪄있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꺼냈다. 그는 내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아차 싶어하며 노트를 꺼냈다.

글 연성 2024.06.08

Silence

체육시간에는 언제나 시끄럽다. 친구들이 웃는 소리와 경기에 져서 화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너만은 조용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을 너는 입을 다물었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너만은 언제나 조용했다. 책에 몰두해있는것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너는 항상 반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너에게 다가갔다. 너는 공부 잘해? 왜 맨날 책만 읽어? 취미가 독서야? 맨날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 너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 귀가 안 들리면 답답해? ” 처음으로 너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순간 아차 싶어 사과를 하려던 때에, 너는 밝게 웃었다. 그는 크게 하나하나 손짓하였다. 분명 수화였지만 내가 알아볼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너는 멈칫하며 머뭇거렸다...

글 연성 20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