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59

Hand

네가 나의 손을 그토록 쳐다봤던 그날. 분명 넌 노트를 꺼내달라는 의미로 쳐다보았을 그날. 그 날은 나 또한 내 손을 바라보는 날이었다. . . . 아침에 너는 이미 등교하고 책상에 앉아있었다. 너는 책을 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에게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방식으로, 네가 놀랄 방식으로. 나는 손을 저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인 수화를 너에게 보였다. 너는 나의 예상대로 놀라 덜컹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수화가 처음인 나로써 정확히 하려면 조금 느릴수밖에 없기에 네가 보기엔 조금 엉성하고 불편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너는 너무 기쁘다는듯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수화를 배워올것이라는 걸 예상도 못했다는듯 나를 향해 웃으며 네가 대답했다. 너는 짧고 기본적인 수화..

글 연성 2024.06.08

Afternoon

이동수업 시간이었다. 저번 교시에 잠들어버린 너는 엎드려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깨워야하는것을 알지만 난 그런 너를 빤히 쳐다볼뿐 깨우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이렇게 오래 쳐다보는것은 처음이니까. 너는 남자답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무쌍에 날카로운 눈매와 살짝 삐죽거리는 흑발을 가지고 어깨도 넓고 키도 상당히 큰 너였기에 모두가 납득할만했다. “ 푸흐, 침 흘리고 자면 어떡해 ” 알고보면 여린 너인데. 순간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살랑였다. 내가 손을 뻗어 너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자 너가 타이밍 좋게 깨어났다. 급하게 손을 뒤로 숨겼다. 벙쪄있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꺼냈다. 그는 내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아차 싶어하며 노트를 꺼냈다.

글 연성 2024.06.08

Silence

체육시간에는 언제나 시끄럽다. 친구들이 웃는 소리와 경기에 져서 화난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너만은 조용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을 너는 입을 다물었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너만은 언제나 조용했다. 책에 몰두해있는것 같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너는 항상 반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너에게 다가갔다. 너는 공부 잘해? 왜 맨날 책만 읽어? 취미가 독서야? 맨날 혼자 있으면 안 심심해? 너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 귀가 안 들리면 답답해? ” 처음으로 너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순간 아차 싶어 사과를 하려던 때에, 너는 밝게 웃었다. 그는 크게 하나하나 손짓하였다. 분명 수화였지만 내가 알아볼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너는 멈칫하며 머뭇거렸다...

글 연성 2024.06.08

답^^

[Grayson Yoon] 살아남으려면 몸을 팔아야만 했다. 살아남으려면 뭐든 해야했다. 살아남으려면 남 앞에서 기어야했다. 그렇게, 난 지금까지 살아왔다. 가족도 형제도 아무것도 없이. 외롭고 망가져가는 몸만 부여잡고. 너는 그런 나에게 왔던 첫번째 봄이었다. [Bastien Philipe] 모두 그를 사랑하였다. 당연했다. 남자아이라곤 믿을수없이 예쁘장한 외모와 착한 성격까지. 평민층이어서 돈은 부족했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행복했으니까. 그럼에도 행복이 깨지는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수 있던건 역시 그녀 덕분이다, [12] 나는 늘 외로웠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 답답한 구속구, 그리고 나를 향한 동정이라곤 없는 시선이. 몸이 다 클때까지도 나는 언제나 홀로..

글 연성 2024.06.03

Deleted

“ 1674번, 유 고야. ” “ 와 부르십니까, 교도관 형씨~! ” 교도관의 말로는 최근 그가 일으킨 유혈사태로 독방에 끌려간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고야 그는 혼자 있는것은 절대 싫어한다. 결국 바둥대다 교도관을 상처 입히고 그의 죄는 쌓여만 갔다. 독방은 외롭다고 그는 생각했다, 생활하기엔 괜찮은 곳이지만, 지나치게 조용하다. 교도관의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는것 외엔 별다른것이 들리지 않는다. 그럴때마다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 내 좀 내보내주면 안되나- 여기 너무 조용하데~ 설이햄이랑 시영햄도 내 그리워할끼다-! “ 그는 못 나간걸 알고 있지만서도 문을 긁어대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애원한다. 시간이 다 차고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는 매번 마치 게임의 세이브 ..

글 연성 2024.05.27

LEAN

“ 타나, 친구 없어서 또 혼자있네- ” 옥상문을 여니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머리카락과 긴치마, 그리고 나를 향해 돌아보는 사나운 눈매는, 언제나 나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 ” 뭐-?! 나,나 친구 많다니까! “ “ 나한테 거짓말은 안 통해- 타나. ” 자존심을 내세우며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해대는게 귀여웠다. 내 팔을 팍팍 쳐내고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꺼지란 말은 하지 않더라. 타나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 동급도, 따까리도, 윗대가리마저 없어서. 있는건 쿠미네뿐. 양키가 모범생이랑 붙어다니는 꼴은 볼때마다 웃기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면 되는걸, 타나도 정말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 그냥 외롭게 뭐하나 보러왔더니, 그렇게 싫으면 간다-. ” “ 야 잠깐만! 바로 갈 필요는 없잖아!..

글 연성 2024.05.21

CLAIM

그에게 목걸이를 선물해주었다. 솔직히 좀 떨렸다, 아무리 우리가 서로가 편해도 우린 애인이고 짝을 맺자는건 유사 청혼이었으니까. 아직 20대고 거절당할 경우를 생각해보긴 했지만. 그의 claim을 바랬다. “ 뭐? 꺼져, 이런거.. 내가 하고 싶을리가 없잖아..! ” 실제로 듣는것은 생각보다 더 가슴아팠다. 아직 젊으니까 그렇지, 아직은 부담스러운가보지. 라며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claim은 돔에게 중요한 일이라. 안 좋은 생각들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 (…) 그러냐, 사람 민망하게 뭘 그렇게까지. ”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색해지긴 싫으니까. 내가 웃어보이자 넌 아무렇지도 않은듯 나를 지나쳐갔다. 속이 타들어간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 나랑은 잠깐 만나는 사이인거야? ’ 묻고싶었다. 목끝..

글 연성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