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59

DEEP SLEEP [ HAJIME ]

욕조에 따뜻한 물은 어느새 식어 차게 변하였다. 욕실을 가득 채웠던 뜨끈한 김은 다 빠져나가 몸 또한 차게 식었갔다. 분명 물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잠이 왔다. 눈이 스르르 감겨와 그대로 물속에 몸을 편히 눕혔다. 삐익-삐익- 예전에 그녀가 말했던 이상하다던 벨소리다, 그것은 끊임없이 울려 내 귀에 맴돌았다. 발신자는… 쿠로가와 타이가. 부재중은 25개나 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곤 다시 한번 욕조에 몸을 눕혔다. 나의 손목을 한번 응시하곤 피식 웃었다. “ 잠을 잘 수가 없잖아요…” 이상하게도 그 욕조는 붉은빛이었다.

글 연성 2024.01.24

ASMODEOUS

“ 라파엘, 미안합니다. “ 부딪힌 칼 사이 라파엘의 눈이 흔들리는것이 보였다. 왜인지 죄책감이라던가, 그런것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누구라도 그럴것이다. 몇년되지 않은 연인과 몇년인지 세지도 못할 오래된 친우 중, 당신은 누구를 고를것인가. 그 결과, 난 당연히도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섭다, 내가 이리 변해버렸는데 마르가 과연 반겨줄까? 나 본인조차도 이렇게 끔찍하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나의 외관이 이렇게 변할때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눈물만 뚝뚝 흘렸다. 나의 찬란했던 금발을 탁한 푸른빛으로 변질되었다. 나의 푸른빛 눈동자는 검게 물들어 알아볼수조차 없어졌다. 원래도 큰 몸이었지만, 내가 타락해갈수록 기괴할정도로 큰 몸집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날개는 전부 떨어졌고 나의 송곳니는 뾰족하게 솟아났..

글 연성 2024.01.24

희극 [ NASSOR ]

이건 한때의 희극이다. 그때 나는 손이 다쳐있던 그를 보고 무심코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건들지 말라며 나를 경계하였다, 나를 잔뜩 찌푸린 눈으로 쳐다봤었지. … 그가 궁금했다. 그 이후로 그와 친해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선물을 주기도 하고, 편지도 썼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찾아갔다. 그도 언제부턴가 나를 향해 웃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웃지 않았다고 잡아뗐지만. 우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흔히 말하는 절친이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했었다. 그는 웃음이 많아졌고 작은 스킨십에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던 건지, 친구로서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이 생겨났다. 의식하고 나니 점점 그와의 스킨십이 늘어나버렸다, 그와 닿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항상 들어 있었기 때문일까. 그..

글 연성 2024.01.20

LUXURIOUS [ 子琛 ]

시간이 이토록 흐르기 전까지는 몰랐었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무슨 짓을 해왔는지. 부도덕적인 것을 도덕적이라 칭하며 얼굴에 가면을 쓴채 살아왔다. 그야말로 속내는 더러운. 가식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명예에 미친놈. 예전부터 지금까지 야망이 가득하단 소리를 정말 많이 들어왔다, 모두가 나를 올려다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것보단… 두려워했으면 하였다. 명예와 돈 사이에서 화려한 삶이…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다. 언제나 최고일것만 같았던 화려함 속에 희열과 달콤함은 서서히 시들어버린 꽃처럼 변해갔다. 영원한것은 없는 법. 겉만 화려하게 치장된채 나의 마음은 썩어갔다.

글 연성 2024.01.15

IN THE COLD [ LIZZIE ]

달이 밝은 밤이다. 왜인지 모르게, 하필 지금. 문득 그와 함께 갔던 바다가 생각났다. 이 풍경에… 추위에… 뒤를 돌면 당장이라도 당신이 있을것 같은데. 당신이 나를 떠나간게 언제였는지 생각해보았다. 한달? …아니… 2주일도 되지 않았을텐데… 어째서 내 가슴은 이리도 공허할까. 당신이 없는 삶은 기억이 나지않는다며, 괜히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눈물자국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로 지친듯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다에 들어가보았다. 어두운 하늘과 바다는 겹쳐 수평선이 보이지 않았고 그것은 마치 내 마음과도 같았다. ‘ 클로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고 입에서 나오는 물방울과 거품들이 눈 앞을 가렸다. …그리고 나는 영원한 밤에 갇혔다. 바보같이…..

글 연성 2024.01.14

BLUE WAVES [ YOHEI ]

저의 고향은 바다 근처에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우리의 집은 유난히 바다와 가까웠기에 아침에 일어날때면 작은 파도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이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매번. 음, 당신은 가끔가다 무언가에 강하게 이끌린다는 기분을 느껴보셨나요. 저는 놀랍게도… 목숨이 걸린 가장 위험한 곳에서 그 기분을 느껴보았습니다. 하하, 그때… 눈을.. 마주쳤습니다. ..아 …지금은 이 도시, 서울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어 더 이상 파도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가끔 그리울 뿐, 여기로 온것이 후회되진 않습니다. 제 바다는 이제 여기 있으니까요.

글 연성 2024.01.14

FRIENDS [ ISSA ]

나소르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조금 변했다. 신택자가 되고, 사랑도 해보며 실연 또한 겪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에게 좋은 경험이였겠지,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 뒤로 쓸데없는 일에 신경은 절대 쓰지 않고 항상 깍듯하게, 아무도 내 본모습 따위 보지 못하게. 그렇게 살기로 하였다. 고작 1년이지만 이런 인생에도 슬슬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마치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처럼, 존재감을 줄이고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로써 살아가는것 따위가 목표였다.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관심은 피해갈 수 없었지만. 여느때와 같은 날, 혼자 있던 나에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바제트, 그녀의 이름이었다. 정확히는 신택받은 신의 이름이었지만… 그녀의 푸른빛 백발과 푸른 눈은 마치 맑은 하늘과도 같았다. 그녀는 웃음이 많았..

글 연성 2024.01.14

DEAR. IVY

안녕 아이비. 즈 천입니다, 편지는 오랜만에 쓰네요. 아이비한테 전할 말이 있어 펜을 들었어요, 침착하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전 얘기를 좀 해볼까요… 그때 숲에서 당신을 발견했을때 웬 꼬마가 쓰러져있지 라며 생각했어요. 집에 데리고는 왔지만 절 너무 경계하길래 저도 되려 주춤하게 되었죠.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는 친절하고 다정해진 아이비를 보고 친구가 되어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오랜만이죠 이때. 순간 추억에 잠겼네요. ..아마 아이비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때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겁니다. 우는건 아니죠? 후후. 예전에 제가 말했죠? 때가 되면 알거라고. 전 인간을 사랑했어요, 아이비는 몰랐던것같지만 뱀파이어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 죽게된답니다, 서서히… 솔직히 후회는 없어..

글 연성 2023.12.23

BATILIBE [ STEAM PUNK ]

바스티앙은 평소처럼 버게닝학원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 중이었다. 얇은 셔츠만을 입고 있어 불꽃이 튀어 팔에 떨어져 화상을 입어도 아랑곳않는 그였지만 멀리서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휙 돌렸다. “ 바티- 여기 있어~? ” “ 네, 여기 있어요 선배님! ” 리베르가 웃으며 작업실에 들어와 두리번거렸다. “ 여긴 어쩐일이세요, 선배님? ” “ 아~ 그냥 뭐하나해서! 뭔가 새로운걸 만들고 있다며? ” ” 그러신가요, 덥진 않으세요? 나가는게 좋으실걸요? 여기 불꽃도 많이 튀고 뜨거워서 숨이 답답하실거에요. 위험하기도 하고… “ ” 괜찮아! 조금 조심하면 되지! 그보다 바티가 더 조심하는게 좋지 않아? ” 리베르가 웃으며 바스티앙에게 다가와 다친 부위를 빤히 쳐다보았다. “ 전 괜찮아요. ” 리베르는 다..

글 연성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