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성 59

The memory

탕— 총성이 울려 퍼지며 아헬이 쓰러졌다. 아헬이 쓰러져 당황하던 찰나 리베르 선배가 리볼버를 들고 피터, 그러니까 아헬의 아버지라는 사람을 쏘았다. 부자 모두, 둘 다 죽었다. 슬픔과 동시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영원히 다시 기억하고 싶던 것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것은 죽은 사람은 둘, 꽤 많았던 사람들. 당황하던 나. “ 아, 아헬… ” 바보같이 움직일 수 없었다. 또다시 이렇게 되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전부 아프지? 왜 전부 다치고 죽는 거야?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소리를 들었다. 미세하게 들리는 작은 숨소리. 그건 아헬이었다. 죽지 않았다, 제대로 숨을 쉬고 있었으니까. 아헬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다가가길 머뭇거렸다. 바보처럼 살짝 뒷걸음질 치며 얼굴을 가렸다. 마치 7..

글 연성 2024.02.20

QUIET

낡은 고아원에서 한때 지냈었다. 불쾌한 냄새가 나고 좁았었지. 그런 환경이 싫었음에도, 어쩌겠는가. 나는 갈곳이 없는걸. 그곳에선 말도 많았고 많이 웃고 울었다. 고아원장님은 그게 싫었던것 이었겠지. 그녀는 매번 시끄럽다며 나를 구박하였고 나를 포함한 아이들을 방치하다시피 하였다. “ 그 주둥아리를 뜯어줄까 ” 매번 그녀가 나에게 하던 말이었다.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그녀의 눈은 싸늘해져갔지. 나는 점점 말수가 줄었고 순간 생각이 들었다. ‘ 그동안 내가 말을 어떻게 해왔더라… ’ . . 10살이 되던해에 고아원에서 도망쳤다. 그리 원하던 자유였는데 웃음도 눈물도 말도 나오지 않았다.

글 연성 2024.02.18

RAIN

“ 메이, 나 왔어. ” … 매일같이 반겨주던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집안은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집을 두리번거리며 방을 살펴보았지만 너는 없었고 그러다 순간 생각났다. ‘ 아니겠지… ’ 설마하는 마음으로 세이프룸 쪽으로 가보았고 방에 문이 슬쩍 열려있는것이 보였다. 나는 불안 가득한 마음으로 문을 끼익 열었다. “ 메이.. ” 너는 그곳에 없었다, 혹시라도 위험에 처한걸까? 어디갔지? 혼자 두는게 아니었는데, 미쳤지 블라디슬라브..! 온 집안에 너가 없는걸 눈치채고 밖으로 나와 온동네를 뛰쳐다녔다. 메이, 메이. 이 이름만 수도없이 외쳤다. 목이 쉬어도 끊임없이 불렀다. 너무 뛰어 헛구역질이 나도록 달렸다. 죽어버릴것만 같았다, 내가 이렇게 힘들 정도로 달려본적이 있었나? 결국 난 다리에 힘..

글 연성 2024.02.17

CHAOS

“ 연습 다녀오겠습니다! “ 야구부의 져지를 입고 시간이 되자 여느 때와 같이 말했던 대로 수업시간 중간에 나와 필드로 향했다. 어제와 같은 날씨와 연습경기. 같은 시각, 같은 장소. 나는 목격하였다. 코치님의 목이 잔인하게 뜯겨나가는 것을. 필드엔 곧 혼란이 찾아왔고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잔인하게 죽은 그들이. 아니, 죽었던 그들의 사체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퍼석- 들고 있던 야구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 머리는, … 내 친구의 머리였다. “ 거,짓말… ” 오직 공을 위해 존재했던 배트가. 즐거운 마음으로 부원들과 함께 골랐던 이 배트가. 점점 피로 물들고 있었다. 눈물을 애써 참고 나빈이를 찾아 헤맸다. 이 혼란에도 네가 걱정되어서. 제발, ..

글 연성 2024.02.15

мой dilber [ 블라드 ]

만나지 못하게 되었을때부턴 우린 틈틈이 편지를 나누어 썼었다. 너는 매번 답장을 해주었고 나 또한 잊지 않고 답장을 하였다. 너의 편지를 읽을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동안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지만 그녀들과 함께 있을땐 너와 있을때만큼 즐겁고 좋지 않았다. 그 덕에 뺨을 많이 맞았지만. 나의 행복이자 사랑은 분명 너라고 생각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 편지를 써내려갔다, 고백은 받아봤지만 내가 하는것은 처음이기에 구겨진 종이만 몇장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써내렸던 말은 이름이 없던 그녀를 위해 썼던것이다. ‘ 좋아해, 딜비에. ’ 너의 답장만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1년. 몇년이 지나도록 네게 답장이 오는 일은 없었다. 나는 생각하였다. 아, 이 애는 ..

글 연성 2024.02.14

Заботиться [ 블라드 ]

처음엔 화를 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하나하나 설명하라 말하였고 소리쳤다. 시간이 좀 지나고 침착해져 둘을 번갈아 본 뒤 그 아이를 두고 오라고 말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손을 꼭 잡고 있는 둘을 보고 도저히 다시 두고 오라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이 괜히 안쓰러워 보여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언노운을 인간병기로 계속 써왔으면서 이제 와서. 그들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은신처를 내주었다. “.. 이번뿐이다. ”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며 감시라고 생각하던 것이 조금씩 다르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점점 언노운의 감정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고 메이라는 아이의 웃음에 괜스레 눈이 찌푸려졌다. 이건 나 같지 않기에. 모든 것이 처음이다. ..

글 연성 2024.02.12

LITTLE CHILDREN [ REILY ]

어느 겨울밤이었다. 웬 어린 아이들이 겉옷도 걸치지 않은채 모여있는것을 보았다. 작은 동정심에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아이들은 경계심이 많았고 형광 하늘머리의 아이는 유난히 더 그랬었다. ‘ 눈에 띄는 머리색이네… ’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따뜻한 옷을 사주고 식비도 주었다. 그 아이들은 이런 호의는 처음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였다. 당연히 고아겠지… 또 갈데가 없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나의 집주소를 종이에 적어주곤 밝은 머리의 그 아이에게 주었다. “ 배고플때 연락해, 예쁜아. ” 그 아이들은 이따금씩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럴떄마다 항상 그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 너희와 조금만 더 함께했으면. 그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

글 연성 2024.01.28

FAKE [ YOUWOL ]

어느샌가 달라진 너를 보고 눈치챘다. 묘한 분위기에 나는 위화감을 느꼈기에 너를 추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겠지, 제발 아니길 바라며 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상은 적중하였고 어쩔 수 없이 너의 안에 있는 녀석을 퇴마해야만 했다. 분명 너의 안에 그 녀석을 없애는 것인데. 이상하게 손이 자꾸만 떨렸다. “ 못하겠어요… ” 눈물이 그만 앞을 가리고 말았다.

글 연성 2024.01.28

THE WINDOW [ HAJIME ]

바람이 선선히 불고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들은 깜빡이며 반짝거렸다. 이상하다, 이전까지 흐리고 어둡기만 했는데. 마치 세상이 안녕 이라고 말해주는것만 같았다. 마지막만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니, 너무 가혹한것 같다. 신발을 벗고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숨을 들이쉬곤 차가운 창틀 위로 올랐다. 아… 시원하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했다. 그들과의 기억 그리고… 그녀와의 기억. 즐거운 기억에 잠깐 웃었다. 그러나 딱히 돌이킬 마음은 없었다. 창문 위, 나의 최후의 장소. 휘날리는 커튼 사이에 너가 보였다. …미안해.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글 연성 2024.01.28

MAZE SENIORS [ LODE ]

일단은… 사장님부터 얘기해볼까요. 사장님은.. 조금 무섭다고 해야할지 부답스럽다 해야할지. 하지만 좋을 분인건 당연히 알고있습니다, 잠이 좀 많으시지만요.. 그리고 랜던씨… 랜던씨는,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는데.. 살짝 아버지같은 느낌, 이라고 해야될까요.. 그리고 또.. 마리씨. 사장님의 연인이시고, 되게 친절하고 밝으시죠. 근데 가끔.. 무섭습니다… 특히 괴력이………………….. 그리고 음, 아이린씨는 좀 편합니다. 친절하시고 저에게 타르트를 자주 주시거든요. 남을 잘 신경써주는듯 합니다. 그리고 레이오스… 아… 머리가 아파요… 너무 극과극이라 힘듭니다….

글 연성 2024.01.25